30년대의 떡볶이는 어떤 음식? 그리고 고추장베이스의 기원 (1935.11.07 동아일보) 음식전통마


이제는 한국에서도 음식에 대한 역사에 꽤 관심들을 가지면서 떡볶이의 역사에 대해서도 일단 원래의 떡볶이는 궁중떡볶이식의 간장베이스였고, 지금 메인이 된 고추장베이스는 70년대 마복림 떡볶이의 대히트 이후 변한 흐름이란 것 정도는 왠만큼 아시게들 되었습니다.

그러나, 필자 역시 너무 좋아하는 떡볶이의 기록을 안 찾아볼 수는 없었지요. 예전 호떡집의 변화상을 살피다가 흑설탕물에 찍어먹는 형태의 호떡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적도 있으니, 항상 이런 기록은 두근두근합니다 (오히려 새로운 레시피가 될 수 도 있구요).


떡볶이는 "떡복이", "떡볶기", "떡뽁기"등으로도 불렸는데 50년대 이전에는 "떡복기"가 대세였습니다. 그중 '레시피'가 적힌 귀한 기사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무려 1935년 일제강점기의 기사로 동아일보에 실린 것입니다.


일단 호박고지(건호박)과 표고버섯을 불려서 홍당무도 썰어서 고기를 잰 것과 함께 준비합니다. 벌써 요즘것과 달리 재료가 고급스럽지요. 떡이 퍼지면 안되니 말랑한 새떡이 아닌 며칠 묵은 가래떡을 네개로 썹니다 (파는 건 크기가 작았나봅니다. 두쪽으로 자름). 

조선간장이나 왜간장(진간장)으로 국물을 내는데, 재밌게도 요즘 국물떡볶이나 국물이 걸죽한 버젼이 다 나오네요 (좋을대로 하십시오라고...). 떡을 넣고 그 다음에는 숙주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뚜껑을 덮고 한참 끓입니다. 그리고 설탕으로 간을 보고, 그릇에 담습니다.

약간 아래사진의 이런 느낌인데 더 국물이 있는 냄비요리 느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계란 부친것을 채쳐서 기름에 볶아 그 위에 고명으로 뿌리고, 실백까지 얹습니다. 지금보다 손도 많이 가고 재료도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다르죠. 당시 떡볶이는 꽤 고급이었음을 짐직케 합니다. 


30년대의 고급음식이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록이 아래 있습니다.
이 글은 당대 (1937년) 동아일보의 연재소설인 "명일의 보도"라는 작품에 나오는 구절로 여기 보면 떡볶이가 "도미찜, 수정과, 영계백숙"같은 '음식'들과 한상에 올릴 만한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가끔 보는 아래 "이오" 채널의 떡볶이 설명과 일치합니다 (70년대 이전까진 고급음식).




고추장 떡볶이는 정확히 언제 탄생했을까?

이렇게 간장베이스이던 떡볶이의 가장 큰 변화는 누가 뭐래도 고추장으로 바뀐 것이겠지요. 이 원조로 흔히 꼽는 분이 신당동 떡볶이의 전설 '마복림 할머니'입니다. 이 분이 짜장면을 먹다가 문득 떠올려서 춘장과 고추장을 섞은 버젼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 기록은 1996년의 인터뷰 기사에 의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아래 1973년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은 "따라지 산조"라는 당시 연대소설인데 글 중간에 "후배 두 놈이 떡볶이를 해먹는다면서 고추장으로 벌겋게 떡을 볶아 화실에서 같이 나눠먹은 기억이 있는것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즉, 최소 1973년 12월 3일에는 확실히 소설에 등장할만큼 이 '고추장 떡볶이'가 대중화되고 있었다는 것인데...

과연 마복림할머니가 이 고추장베이스 떡볶이를 개시한 정확한 연도는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한 기사를 보면 "1953년 이미 빨간 고추장에 버무린 떡볶이"를 팔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나오긴 하는데 말이지요. (http://www.hani.co.kr/arti/PRINT/515461.html). 

저 기사도 마복림할머니가 직접 말씀하신 것이 아닌지라, 1996년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연도를 말씀하시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네요. (*이 글을 올린 후, 블로그이웃이신 [밥과술]님께서 65년에도 고추장 떡볶이가 있었다는 정보를 주셨습니다. 확실히 50년대이후 대중화된 것이 아닌가 싶군요).




덧글

  • 無碍子 2020/11/01 11:31 #

    떡볶이를 하기위해 가래떡을 뽑는건 근래의 일이라봅니다.

    70년대 쯤에 모친께서 방아간에서 뽑아온 떡국떡을 썰고 조금남겨 별미로 떡볶이를 해주셨는데 고추장양념이었고 국물없이 볶아주셨던 기억 있습니다.
  • 역사관심 2020/11/01 12:17 #

    그런 기억은 잊을 수가 없지요 ^^
  • 밥과술 2020/11/01 15:18 #

    오랜만입니다. 제 기억에서 가장 오래된 가래떡은 1962년 언저리였습니다. 연말이면 쌀을 가지고가서 떡을 뽑아오는데 쌀을 쪄서 기계에 넣고 가래떡을 뽑아주고 돈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피대가 돌아가는 방아간에서 뜨끈뜨끈한 떡을 뽑아내는데 아이들은 화상을 입거나 피대에 말려 팔이 잘라진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한곳에 얌전하게 앉아서들 구경을 했었지요. 학교앞에서 빨간 고추장 떡볶이를 사먹은 것은 65년입니다. 떡국용 가래떡을 토막나게 썰어서 지금보다 떡이 굵었습니다.
  • 역사관심 2020/11/02 04:39 #

    밥과술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귀한 정보를... 이로써 확실히 고추장 떡볶이의 역사가 정립되는 듯 합니다 ^^. 50년대부터 마복림할머니표 빨간 떡볶이가 이미 퍼지기 시작한 거군요. 일부 정보를 보면 마치 70년대 중반이후에나 성립된것 같은 뉘앙스도 있었는데, 1) 빨간 떡볶이는 50년대부터, 2) 즉석떡볶이는 70년대중반이후.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귀한 기억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rumic71 2020/11/02 00:22 #

    전 70년대 말쯤에 길거리 떡볶이를 사먹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과 비슷한 가느다란 가래떡과 어슷설기한 떡국떡이 둘 다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 역사관심 2020/11/02 04:40 #

    rumic71님, 귀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둘다 있었던 기억이 저도 납니다 ^^. 그러다가 90년대가 되면서 (제가 싫어한) 갑자기 굵은 가래떡유행이 불면서 양념도 안배는 굵은 떡볶이 열풍이 불었었더랬죠. 요즘 다시 원래 크기로 회귀해서 좋습니다.
  • rumic71 2020/11/02 12:40 #

    얕은 생각이지만, 떡꼬치나 컵떡볶이의 유행이 작은 떡볶이떡 부활에 일조하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 역사관심 2020/11/02 23:53 #

    그럴수도 있겠네요! 컵떡볶이가 제 취향을 다시 살려냈을지도 ㅎㅎ(굵은 떡볶이 진짜 안좋아해서 한두번먹고는 한번도 사먹은 기억이 없네요).
  • rumic71 2020/11/03 00:27 #

    동감입니다. 굵은 가래떡은 떡볶이가 아니라 석쇠구이용이죠 ^^
  • 홍차도둑 2020/11/03 11:06 #

    효자동 간장떡볶이를 어렸을 때부터 먹었습니다.
    제 기억중 오래된 걸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7년 이에요.
    이때의 효자동 떡볶이외 효자로가 생겼을때의 떡볶이가 대략 1979년 1980년 경입니다.
    이후 1981년에 효자동 떡볶이를 갔을 때 가게는 사라져 있었고 효자시장쪽에서 비스무레한 것을 팔고 있었지만 어린 저에게도 "이건 그 할머니 떡복이가 아냐"라고 해ㅛ고 지금 효자동 원조떡볶이를 봐도 "그거 원조아님" 이라고 당당히 이야기 합니다.

    1977년 당시 효자동 떡뽁이는 지금처럼 접시 단위로 파는게 아니라 가락 단위. 그러니까 가는 가래떡의 잘라진거 하나 만큼으로 낱개 단위로 팔았어요.
    한개당 5원이었습니다. 당시 버스요금을 40원인가 50원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양으로 비교해보면...한사라 먹는데 버스요금 하나반 에서 둘이었으니...현재 물가와 비교해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근데 이건 가느다란 거였고 굵은게 있었어요. 매운 맛이었고 한개당 10원이었습니다. 제가 매운겅 잘 못먹어서 당시 가게주인 할머니가 "우리 똥강아지는 이거 못먹을거다. 더 크면 먹으러 와라"라고 해 주셨어요. 그 10원짜리가 고추장. 고추가루로 버무려져 있었던 떡볶이였습니다.
    더자세한걸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 효자동 원조 떡볶이 판다는 사람들이 베껴가서 만들어버릴거 같아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진짜 효자동 떡볶이는 이제 판매되지 않더군요.
    이 시대의 여행열풍이 올라가면 안될 먹거리 가게들을 유명가게로 만들어버렸고(이성당. 성심당). 제대로 복원되지도 않은 곳을 원조로 알게 해서 맥을 끊어놓았습니다.
    여튼 간장떡볶이로만 알려진 효자동 떡볶이도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사용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1980년 이전에 말입니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효자동 떡볶이의 원래 위치를 김정훈치과(여기도 얼마전에 문 닫았더군요) 건너편으로 표기한 문서들 있는걸로 아는데 그거 쌩구라입니다. 효자동 할머니네는 거기는 이전한 곳이구요 원래는 청운국민학교 앞 3거리 인근이었습니다. 더 좁았었죠.
  • 역사관심 2020/11/04 04:48 #

    오 그랬군요. 효자동 떡볶이란 장르가 따로 있는 것도 이제사 배웠네요. 이런 역사(?)를 좀 보전해서 널리 알려야하는데... 언제 한번 찾아볼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홍차도둑 2020/11/04 13:32 #

    여러 음식 관련해서 마복림 할머니와 비슷한 언론마케팅으로 잘못 알려진 곳들이 많습니다.
    바로잡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증언자도 점점 없어지고 있지요.

    한국 바둑에서도 초창기 역사는 이제 조남철 선생님 및 당시 기사들 중 생존하신 분이 없으셔서 영원히 복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기록으로만 남게 되는지라 결국 떡볶이의 승자는 마복림 할머니가 되는 조깥은 일이 발생할 수 있죠. 이게 기록의 허점입니다...
  • 역사관심 2020/11/04 13:45 #

    실제 역사학에서 종종 발생하는 경우죠 T.T
  • 천하귀남 2020/11/03 15:36 #

    인천지역에서 80년대에 짜장떡볶이 먹은 기억은 나는 군요.
    분식집 스타일이 아니라 주문하면 후라이팬에 당면과 야채도 잔뜩 들어간것을 담아 내오면 손님식탁에 있는 버너에서 끓여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건 고추가루나 고추장 일절 안 들어갑니다.

    제 취향은 가는 밀떡이 아니라 굵은 쌀떡이긴 한데 이걸로 맛있게 하는 집이 별로 없기는 하더군요.
  • 역사관심 2020/11/04 04:49 #

    80년대에 이미 짜장떡볶이가 있었군요 (그것도 즉석떡볶이로). 여러 가래떡을 다양하게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이런 떡볶이에는 이정도 굵기가 맞아 같은 (실제로 그럴 것 같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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