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보고합니다 ([15세기 조선초 찻집(다방) 기록 추가] 글) 음식전통마

며칠 전 쓴 이 글의 오류일 가능성을 발견해서 일단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5세기 조선초 찻집(다방) 기록 추가

1445년 조선의 저서인 [의방유취]에 나오는 바로 이 부분으로 찻집의 존재를 알려드린 바 있지요.

昔一士人趙仲溫赴試. 暴病兩目赤腫, 睛翳不能識路, 大痛不任, 欲自尋死. 一日與同儕釋悶, 坐於茗肆中, 忽鉤䆫脫鉤, 其下正中仲溫額上. 髮際裂長三四寸, 紫血流數升. 血止, 自怪能通路而歸, 來日能辨屋脊, 次見瓦溝, 不數日復故.

이 글은 [의방유취]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원문을 조금 살펴볼까요.
一日與同儕釋悶, 하루는 친구와 시름을 달래려고
坐於茗肆中 차방(다방)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똑같은 구절이 청대 위지수(魏之琇, 1722~ 1772년)의 저서 [속명의류안(續名醫類案)]에 등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속' 즉, 더 이전시대인 1552년, 명 가정(嘉靖 1521~1566) 이전 역대 의가의 의안을 수집한 책인 [명의류안]의 속집입니다.

따라서 설사 이 글귀가 '속집'의 오리지널이 아니라 그 전집인 [명의류안]에서 누락된 기록이라 할지라도 연대가 [의방유취]의 1445년보다 107년이나 더 후대가 됩니다.
속명의류안 (1552년)

그럼 연대의 선후상 저 구절은 조선을 배경으로 나온 것일까요?

일단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립니다. 왜냐하면 [의방유취]자체가 조선국내뿐 아니라 세종대왕께서 1437년부터 1439년까지 명나라 북경에 파견되는 사신과 역관들에게 중국 내의 다양한 의학 문헌을 수집하도록 해서, 명초에 저술된 것뿐만 아니라 원, 송, 당에 이르는 방대한 정보를 취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동일한 내용이 후대의 명대 문헌에 실렸다는 것은, 만약 [속명의류안]이 조선의 [의방유취]의 내용을 취합한 것일 경우에만 조선초의 케이스를 명나라가 가져다 쓴 경우에만 저 에피소드가 '조선국내'의 것이 됩니다.

그 외에는 중국이 의학서적중 [의방유취]보다 더 전대의 것중 하나를 가져다 쓴 경우가 되고, 이는 중국의 에피소드가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경우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원전을 찾지는 못했지만 말이지요.

다만, 중국측에서 [의방유취]를 참고했을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나무위키의 정보이기는 하지만 명나라가 [의방유취]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는 매우 흥미롭지요. 다음의 내용입니다:

의방유취에는 중국의 당, 송, 원과 명나라 초기의 저명한 의서 152편과 고려 의서 어의촬요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는 중국에서는 유실된 명대 이전의 의학 고서가 30여편이나 원문 그대로 실려 있어 중국에서 아주 귀중하게 생각하는 사료이다. 중국에는 1861년 일본의 활판본과 1982년 인민위생출판사 배인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향약집성방이나 동의보감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인데 오히려 중국에서 예부터 그 가치를 알고 높이 인정하는 점이 흥미로워 일부 가져왔다.

중국의 유실된 명대이전의 의학고서가 30여편이나 실려있다고 하나, 그 와중에 조선 고유의 내용도 가져다 참고했을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있겠지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조선, 혹은 당-송-원대의 에피소드였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것이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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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의방유취중 이 구절이 나오는 챕터가 [偶有所遇厥疾獲瘳記] (우연히 병이 낫게 된 경우에 대한 기록)이란 챕터인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필자가 경험'(즉 조선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이죠.

내가 예전에 하읍(夏邑) 서쪽을 지날 때였다. 어떤 부인이 배가 북〔鼓〕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을 앓았다. 음식을 잠깐은 먹었다가 잠깐은 못 먹었다하면서, 오한과 발열이 번갈아 일어나고 수시로 구토한 지 3년이었다. 경사(經師)와 무격(巫覡)〔師覡〕이 부적과 주문으로 온갖 방법을 다 썼으나 그저 죽기만을 기다릴 따름이었다.

이런 경험을 주욱 늘어놓다가 '옛날에 조중온(趙仲溫)이라는 어떤 사인(士人)이 과거에 응시하였다."라고 하면서 문제의 저 부분이 나옵니다. '조종온'이란 사람을 검색하면 중국측에서 나오긴 하는데, 특정연대와 인물정보는 나오지 않는지라 특정하기가 힘들군요.

Citation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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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구둥지 : 15세기 조선초 찻집(다방) 기록 추가 2021-03-04 09:51:15 #

    ... 방이라든가 차를 파는 가게를 설명하고 있어 당시까지 확실히 이런 건물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후속글:오류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보고합니다 ([15세기 조선초 찻집(다방) 기록 추가] 글) ... more

덧글

  • 홍차도둑 2021/03/04 15:16 #

    사이테이션이야 머...원조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부터 시작된 그거 아니겠습니까
  • 역사관심 2021/03/05 04:55 #

    ㅎㅎㅎ 그러합니다.
  • 미치겠네 2021/03/05 16:38 #

    인터냇으로 검색해보니 https://kknews.cc/health/xzz892g.html
    이런 내용이 확인되네요
    조중온 관련 기사와 똑같습니다.
    더 찾아보니 儒門事親 권 2 偶有所遇厥疾獲瘳記十一에 해당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https://ctext.org/wiki.pl?if=gb&chapter=798637에 원문이 있는데 3번째 항목을 보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조선시대가 아니라 남송대의 기록으로 보이네요 도움이 되셨기를 .

  • 역사관심 2021/03/07 04:30 #

    오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이 허락할때 다시 살펴보고 남송대의 기록이 확실해지면 수정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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