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삼국시대 드라마를 보고픈 一人 (feat. 라스트 킹덤) 역사전통마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라스트 킹덤]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토리 뭔가 희안합니다. 주인공은 버젓이 결혼을 하고도 바람피우는 건 예사고, 저주가 걸렸다면서 저주를 건 사람은 죽여도 문제가 없고, 또 뭔가 중요인물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슬쩍 나왔다가 버젓히 주요 조연으로 계속 나옵니다 (우리 사극에서 이런 인물이라면 반드시 나오는 극적인 장면따위도 없이 말이지요). 보다 보면 인생이 저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 당시에는 과연 저런 느낌의 세계였겠다... 싶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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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라스트 킹덤] 덕에 다시금 드는 단상이 있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우선 예전에 2014년에 다음글을 시작으로...


이후 다음과 같은 관련글을 쓴 바 있습니다. 


두번째 링크글에서 다음의 부분을 맥락상 발췌합니다만,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원글을 모두 읽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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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서는 전통건축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전통문화전반'으로 대입시켜도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은 주제입니다. 사실 아래 부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임시저장으로 써 둔 글인데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해 몇 년동안 묵혀둔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응용' 혹은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에서, 특히 '신화' 혹은 '고대-중세의 생경한 신비스러움'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쓴 것입니다.
중략.

일본은 한 예일 뿐, 프랑스, 이탈리아등 유서깊은 국가들은 물론 중국쪽의 컨텐츠에서도 이런 느낌 (즉 현대적인 느낌과 다른 생경함)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당장 올해 본 [서유기 월광보합 리턴즈]도 좋은 예입니다. 도교적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데 이러한 생경함이 우리 관객들에게는 이질감으로 작용, 작품에 대한 한국측 별점이 낮아진 느낌도 있습니다.
중략.
서유기 월광보합 리턴즈 중 (2016년)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신승전]은 신이한 승려 208인의 전기를 기록한 책으로 명나라 태종 (14세기)이 몸소 만든 것과 다른 훨씬 이전의 신라 원효 (7세기)의 저서(현전하지 않음)의 것입니다. 즉, 이 텍스트는 7세기경의 한국의 고대시대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헌입니다. 읽고 나면 느껴지는 감정은 '신비로움', 혹은 '지금과도 그리고 조선후기와도 다른 느낌의 문화적 생경함'일 것입니다. 또 다른 표현으로 쓰자면 '신화적' (비실제적)입니다. 

사실 삼국유사의 대부분의 글은 이런 느낌을 줍니다. 아마 신라의 고대기담집인 [수이전]이 발견되어 읽어본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으리라 거의 확신합니다. 사실 이런 저런 문헌에 일부 등장하는 [수이전]의 파편 역시 그런 느낌이니까요. 당대의 다른 나라의 문헌에 나오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많은 기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조금 알려진 고구려의 수정으로 된 성인 [수정성 기담]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느낌의 텍스트는 과연 우리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있을까요? 아니, 소비자체는 되고 있는 것일까요? 필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 활용하는 대중매체는 현재 한국의 TV, 스크린, 혹은 만화책등의 어떤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에 비해 조선후기 교조적 유교프레임의 분위기가 이런 매체들에서 생생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의 일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90년대까지 느껴보지 못한 17-18세기식 Atmosphere를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편중 현상은 필자의 주 관심분야인 건축뿐만이 아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당장 동화 역시 조선후기식 프레임을 그대로 걸치는 예도 많습니다. 삼국시대의 텍스트를 조선시대식 프레임으로 필터를 거쳐나오는 많은 어린이용 동화책도 좋은 예입니다)

즉, 삼국유사나 수없이 전해오는 각종 전설/민담/설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수필집이나 설화집에 부분실려 있는 (수이전등의 기록등) 많은 전승기록들을 조금 심하게 말해 창고에 쳐박아 두고 있거나 편중적으로 꺼내 적당히 깎아 선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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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라스트 킹덤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9세기의 영국섬에서 활약하는 주인공 우트레드는 바이킹 일족인 데인족과도 영국에 먼저 건너온 색슨족과도 인연이 깊은 사람입니다. 당시 영국은 이미 기독교 사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바이킹인 데인족에게는 전혀 전파되지 않은 상황. 따라서, 현재 잉글랜드의 정체성이라든가 도덕관의 근간이 되는 크리스쳔 문화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사상과 세계관 (삶과 죽음에 대한 기준을 포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묘미는 바로 그 '당시 영국'의 수많은 현재와 다른 사상이 부딪치고 깨지고 어깃장나는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주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과 다른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현재의 시각으로 보고 있자면 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이상한 결론으로 가더라도 이질감이 들지만 또한편 그래서 수긍이 갑니다. '저 당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먹고 자고 사랑하고 죽었겠구나'라는 어떤 종류의 체험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다가오지요 (이는 상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중세유럽의 많은 모습을 차용한 '왕좌의 게임'에서도 느꼈던 부분입니다). 

이는 다른 매체인 일본의 꽤 많은 역사만화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조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글에서도 썼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선시대의 프레임이나 현재의 잣대를 근간으로 한 뻔한 삼국시대가 아닌, 최대한 그 당시의 세계관으로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 드라마를 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진위논란이 있는 저서인 "화랑세기"를 기반으로 하긴 하였지만 나름 충실한 역사 유튜버인 청화수님의 영상중 다음의 것이 있습니다. [신라 왕비와 화랑들의 이상했던 사랑].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지금과 (혹은 그 이후 시대와는) 다른 연애관, 결혼관, 혹은 넓게 잡아 인간관을 느낍니다. 같은 조상이라도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조상님들과 고려시대 분들, 그리고 조선전기, 후기 조상님들의 세계관은 그 격차가 못해도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 유럽인들의 그것과 맞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지요.

이런 식으로 무언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혹은 뻔한) 관념을 근간으로 어찌보면 색안경을 이미 딱 쓰고 만드는 통일신라 드라마는 이젠 지겹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당시를 살리는 방향의 작품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으니 만큼 이제는 벤치마킹을 할 충분한 케이스들이 있지 않을까요. 찾아보면 이미 많은 연구자료가 쌓이고 있어, 작품내에서 이런 한국의 고대세계를 그려낼 의지가 있다면 현재의 사극들과 다른 톤의 작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글들만 해도 아래 있습니다).

당장 어제자 기사에 (6.10) 이런 뉴스가 떴습니다.
아라가야 부엌 재현도

기사일부: 
지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4국시대 만 거론되지만 6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동부, 강원동부+경북동부, 경북북부, 전남 중서부, 전북남부 등에 독립국가들이 있었다. 이웃끼리 잘 지내자고 해놓고 뒷통수 잘 치는 세력이 승리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역사들이 사장된 점은 안타깝다.

삼국시대를 다루면서 이런 소국들은 본 적도 언급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즈막한 조선읍성에서의 전투는 숱하게 보았어도, 삼국간의 9-10미터급 산성에서 치열한 공방전은 한번도 구현된 적도 없구요. 고려시대의 고려악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험한 적도,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 신라의 군대 깃발들을 본 일도 제 뇌리에는 없습니다.

국내지원이 힘들다면 넷플릭스등에서 제작도 가능한 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무언가 '진지한 탐구자세로 접근하는 한국의 고대/중세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욕구가 갈수록 커지는 요즘입니다.


덧글

  • 존다리안 2021/06/12 12:47 #

    이상할 정도로 현대 한국의 컨텐츠들은 조선 기준이 지나치더라구요.
    대체역사만 해도 조선왕조 지속(웃음)이 지배적이니…
    차라리 신라 김씨 만세일계(……)나 고려왕조 지속이라는 시나리오가 더 신선할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21/06/12 13:28 #

    복원문화도 그렇고, 한국학 각계의 분위기도 그렇고... 이게 컨텐츠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까지 지배하는 느낌도 들고요... 조금은 나아지는 움직임은 느껴지긴 합니다만.
  • 백두 잊혀진 역사여행 2021/06/13 12:21 #

    한국사에서 가장 최북단에 위치하였던 두막루부터 가장 남쪽에 위치하였던 주호국까지 다루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창작이 가능한 소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한국 드라마, 영화, 다큐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는것이 현실이죠.
  • 역사관심 2021/06/15 05:07 #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좋은 소재가 많은데... 넷플릭스 드라마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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