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의 시대- 그러나 한번도 보지 못한 15세기-16세기초 불꽃놀이 모습 역사전통마

영화 궁합에 나오는 불꽃놀이 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700년대 영조대이지요.  과연 조선시대에도 이런 불꽃놀이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허구의 장면일까요?

이 영화의 배경인 영조시대에 이런 식의 놀이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인 조선전기에는 이보다 더 화려한 불꽃놀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불꽃놀이에 관한 기록은 많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조선 초기기록으로 자세한 설명이 있는 [용재총화]의 그것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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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화(觀火)의 예는 군기시(軍器寺)에서 주관한다. 미리 기구를 뒤뜰에 설치하는데, 대ㆍ중ㆍ소의 예가 있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 방법은 두꺼운 종이로 포통(砲筒)을 겹으로 싸고, 그 속에 석류황(石硫黃)ㆍ반묘(班猫)ㆍ유회(柳灰) 등을 넣어 단단히 막고 이를 다진다. 그 끝에 불을 붙이면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나고 불이 번쩍하면서 통과하면 종이가 모두 터지는데, 소리가 천지를 흔든다. 시작할 때에 수많은 불화살을 동원산(東遠山)에 묻어놓아 불을 붙이면 수많은 화살이 하늘로 튀어 오른다. 터질 때마다 소리가 나고 그 모양은 마치 유성(流星)과 같아서 온 하늘이 환하다. 

또 긴 장대 수십 개를 원중(苑中)에 세우고, 그 장대 끝에 조그만 주머니를 단다. 임금님 앞에는 채색한 채롱[燈籠]을 달아 놓는데, 채롱 밑으로부터 긴 끈으로 여러 장대를 얽어 종횡으로 서로 연결하게 하고, 끈 꼭지마다 화살을 꽂는다. 군기시 정(軍器寺正)이 불을 받들어 채롱 속에 넣으면 잠깐 사이에 불이 일어나고 화염이 끈에 떨어지면 화살이 끈을 따라 달려 장대에 닿는다. 장대에 조그만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끊어지며 불빛이 빙빙 돌고, 마치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모양과 같다. 화살은 또 끈을 따라 달려 다른 장대에 닿는다. 이와 같이 달려 닿기를 서로 계속하여 그치지 않는다. 

또 엎드린 거북 모양을 만들어 불이 거북의 입으로부터 나오는데, 연기와 불꽃이 흐르는 불처럼 어지럽게 쏟아져 나온다. 거북 위에다 만수비(萬壽碑)를 세우고 불을 비(碑) 속에 밝혀 비면의 글자를 똑똑히 비치게 한다. 또 장대 위에는 그림 족자(簇子)를 말아서 끈으로 매어 놓으면 불이 끈을 타고 올라가 불이 활활 타 끈이 끊어지고 그림 족자가 떨어지면서 펼쳐져 족자 속의 글자를 똑똑히 분별할 수 있다.

○ 또 긴 수풀을 만들고, 꽃잎과 포도의 모양을 새겨 놓는다. 불이 한구석에서 일어나면 잠깐 사이에 수풀을 불태우고, 불이 다 타고 연기가 없어지면 붉은 꽃봉우리와 푸른 나뭇잎의 모양이 아래로 늘어진 쥐처럼 되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 또 가면을 쓴 광대가 등 위에 목판을 지는데 목판 위에 주머니를 단다. 불이 댕기어 주머니가 터지고 불이 다 타도록 소리치며 춤추되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이런 것이 그 대략인데, 임금님은 후원의 소나무 언덕에 납시어 문ㆍ무 2품 이상의 재상들을 불러 입시하게 하고, 밤이 깊어서야 파한다.
-용재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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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재총화]는 성현(成俔, 1439 ~ 1504년)의 저서이므로 15세기말-16세기초의 풍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관화(觀火)란 궁중에서 행하는 불꽃놀이를 뜻합니다.

우선 수십개의 불화살이 하늘로 튀어올라가 화약과 함께 터지고, 대중소형 불꽃기구로 따로 폭약을 솟구쳐 오르게 해 터뜨립니다. 거의 요즘 화약의 느낌이지요. 지상에서는 긴 장대를 수십개 세우고 끝에 수레바퀴 모양으로 화약이 돌게끔 장치를 해놓습니다. 또한 장대끼리 끈으로 연결해서 화약이 연속으로 폭발하게끔 장치해 놓았습니다. 그냥 몇개 터뜨리는게 아니라, 요즘 불꽃놀이처럼 밤하늘이 환할 정도로 터뜨렸습니다.

滿空燁燁 공중이 빛으로 가득차다

또, 거북이 모양의 장치를 만들어 그 입에서 연기와 불꽃이 흘러나오게 만들어 놓고, 거북이 위에는 만수무강을 비는 비석을 세우는데 어떤 장치인지 이 비석안에 불을 밝혀 비석의 글자가 밤에 똑똑히 보이게 해두었습니다. 이런 건 요즘도 못봤네요. 그리고 앞에 언급한 장대 중 일부에 그림을 말아두어서 끈이 타면 자동적으로 그림이 떨어지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인공 수풀을 만들어 꽃입과 포도모양을 새겨 놓았는데, 이걸 태우면 붉은 꽃봉우리와 나뭇잎이 쥐방울 열매[馬乳]처럼 된다고 묘사했습니다.
쥐방울덩굴 열매

거기에 광대가 등에 나무로 된 판을 지고 화약주머니를 답니다. 그게 터지면 불이 등에 붙은 형국이 되는데 광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 탈때까지 춤을 춘다고...
그럼 불꽃 색은 그냥 한가지였을까요?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은 세조실록의 기록.

세조 8년 임오(1462) 2월 28일(계사)
부사(副使)가 후원(後苑)에서 관화(觀火)하던 날에 말하기를, ‘화포(火砲)가 맹렬(猛烈)하여 천하(天下)에 비(比)할 데가 없으나, 다만 불꽃의 빛깔이 붉을 뿐인데, 만약 동말(銅末)과 장목(樟木)의 기름을 합하여 사용하면 불꽃의 빛깔이 희여질 것입니다.’고 하므로, 신이 말하기를, ‘불꽃의 빛깔이 본래 붉은데 어찌 흰 것을 쓰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보통의 것을 변(變)하게 하는 것이 귀(貴)합니다.’고 하였습니다.

붉은 불꽃이 아닌 '동말과 장목 기름을 섞어' 흰색 불꽃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즉 15세기에 빨간 색과 흰색의 불꽃이 있었다는 기록이지요. 이는 1462년의 기록으로 [용재총화]보다도 수십년 전의 기록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인인 서거정(徐居正, 1420~1488년)의 기록에도 장대한 불꽃놀이 기록이 등장합니다.

사가시집 시류(詩類)
후원(後苑)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데에 입시(入侍)하다 

좋은 밤 어원에서 불꽃놀이 구경하노라니 / 良宵觀火御園東
온갖 놀이 다 바쳐라 기세도 웅장하구려 / 百戱皆呈氣勢雄
거북은 선산을 지고 바다 위에 떠 있고 / 鰲負仙山浮海上
용은 광촉 머금고 하늘에서 내려오누나 / 龍銜光燭下天中
큰 소리는 땅을 진동해라 갠 하늘에 우박이 날고 / 豪聲動地飛晴雹
공중 가득 장대한 형상은 오색 무지개를 토하네 / 壯態漫空吐彩虹
뫼셔 앉은 신하들 모두 덩실덩실 춤을 출 제 / 侍坐羣臣皆蹈舞
오색 구름 상서론 기운이 성대히 어리는구나 / 五雲佳氣靄葱蘢

백척의 산붕은 우뚝해라 몇 층이나 되는고 / 百尺山棚矗幾層
활활 타오르는 불을 앉아서 구경하노라니 / 坐看炎上勢飛騰
때로는 포도가 달리는 형상을 짓기도 하며 / 有時能作葡萄走
긴 밤을 온통 빨간 철쭉꽃 밭으로 만드누나 / 長夜渾成躑躅蒸
붉게 떠오른 신기루대는 보일락 말락 하고 / 蜃氣樓臺紅隱映
번갯불은 천지 사이를 빨갛게 횡행할 제 / 電光天地紫憑凌
자리 가득한 오랑캐들이 모두 경악하여라 / 諸戎滿坐皆驚愕
태평성대의 위령을 진작 보지 못했음일세 / 盛代威靈見未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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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록은 공교롭게도 1400년대에 집중적으로 몰려서 등장하니, 앞서 소개한 허백당 성현 역시 이런 장대한 불꽃놀이를 직접 구경하고 지은 시가 전합니다.

허백당보집
불꽃놀이를 구경하다〔觀火〕

장막 앞에 외론 불빛 반딧불처럼 반짝여라 / 帳前孤點閃流螢
만 쇠뇌가 종횡으로 쏘니 닿는 곳마다 밝구나 / 萬弩縱橫觸處明
공중에 높이 쏘아 올리니 별빛처럼 빛나고 / 高射碧空星煜煜
붉은 이마 드러내어 글자 모양 또렷도 해라 / 褰開丹額字亭亭

숲에 얽힌 환한 빛은 포돗빛이 찬란하고 / 縈林影結蒲萄爛
대지를 꽝꽝 진동해라 천둥소리 놀랍구려 / 刮地聲崩霹靂驚
이 소리 들으면 마귀들 서로 다퉈 피하리니 / 聞此妖魔爭遯跡
왜 굳이 폭죽으로 삼경까지 들렐 것 있으랴 / 何須爆竹鬧三更

이뿐 만이 아닙니다. 실록의 기록에서도 '불꽃놀이'는 모두 1400년~1500년대 중반까지 집중적으로 등장합니다.
1399, 1411, 1412, 1418, 1426, 1462, 1464, 1477, 1480, 1489, 1490, 1491, 1493, 1505, 1513, 1522, 1527, 1528, 1533, 1534, 1535, 1537, 1539, 1544, 1555, 1557, 1561년.

이렇게 등장합니다.
그리고는 뚝 끊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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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우리가 조선시대 불꽃놀이라고 검색하면 뜨는 그림은 아래의 것입니다.
화성능행도병풍 (18세기말, 정조대)

이는 18세기말 [화성능행도병풍]중 일부인지라 훨씬 후대이며 또 위의 용재총화 기록과 달리 하늘로 솟구치는 전형적인 불꽃이 아닌 지상에서 터지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조선초기에 묘사된 저 불꽃놀이보다 더 소략한 불꽃놀이를 그린 그림이 됩니다.

조선초기의 불꽃놀이 형태를 그린 묘사도도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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